“성공한 투자자와 실패한 투자자의 차이는 IQ가 아닌 인내의 복리에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가 2020년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남긴 말입니다. 50년 이상을 워런 버핏과 함께한 멍거는 투자의 본질이 ‘인내의 복리 효과’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통찰은 최근 행동경제학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행동경제학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추적 연구했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투자 수익률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투자자의 지식이나 정보의 양이 아닌,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인내심’이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투자 전략을 자주 변경하는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평균 대비 2.1% 낮았지만, 한번 선택한 전략을 꾸준히 유지한 투자자들은 시장 평균보다 1.7%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창업자 찰스 슈왑은 “인내는 투자의 복리를 만드는 숨겨진 엔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0년까지 S&P 500에 투자한 후 한 번도 포트폴리오를 변경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평균 연간 수익률은 12.8%였습니다. 반면 시장 타이밍을 노리며 적극적인 매매를 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5.4%에 그쳤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내가 어떻게 복리의 마법을 통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인내심이 만드는 복리 효과가 투자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뱅가드 그룹의 설립자 존 보글은 자신의 저서에서 “진정한 부자는 큰 돈을 번 사람이 아니라, 작은 돈을 오랫동안 불린 사람”이라고 썼습니다. 실제로 뱅가드의 연구에 따르면, 월 100달러를 30년간 꾸준히 S&P 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들의 평균 자산 증가율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전문 펀드매니저들의 수익률을 상회했습니다.
켄 피셔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복리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 지루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에 투자한 후 포트폴리오를 전혀 변경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자산은 평균 47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적극적인 매매 전략을 구사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인 12배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인내의 복리 효과는 개별 주식 투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모닝스타의 연구에 따르면, 1990년에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매수한 후 단 한 번도 매도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매수 시점 대비 평균 1,500배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으로 단기 매매를 시도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하회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인내는 단순한 미덕이 아닌 수학적 우위를 만드는 전략입니다. 복리의 법칙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내하는 투자자에게 기하급수적인 보상을 안겨줍니다. 찰리 멍거의 말처럼, 성공적인 투자는 결국 인내의 복리가 만들어내는 마법과도 같은 수학의 결과물인 것입니다.